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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종양감축술과 최적 항암제 조합으로 난소암 완치율 향상

난소암 환자 곁의 따듯한 동반자 김영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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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은 부인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손꼽힙니다. 왜 생기는 건가요? 

 난소암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가설은 ‘끊임없는 배란’ 입니다. 매달 배란이 일어날 때 난소를 싸고 있는 상피의 막이 찢어지는데, 이때 세포가 분열하며 찢어진 자리를 아물게 하는 과정에서 불량 세포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원래는 P53이라고 하는 유전자가 작동해 이러한 불량 세포 들을 소멸하게 만들지만, P53유전자가 돌연변이가 되면 불량 세포들이 소멸하지 않고 증식하면서 암으로 진행합니다. 실제로 환자들을 검사해보면 P53 유전자의 기작이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유전성 난소암의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끊임없는 배란이 문제라면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의 위험도 높아진다는 뜻인가요?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40대 이상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난소 암이 발생하는 것이 연구로 판명되었습니다. BRCA 유전자는 쉽게 말해 세포의 분열 과정에서 망가진 세포들을 고쳐주는 정비소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할수록 더 불량한 세포들이 생성됩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50%의 확률로 딸에게 유전됩니다. 유전자검사에서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여성은 예방적 절제술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난관의 특정 분비물들이 난소암 발병과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 이상 출산 계획이 없는 여성에서는 예방적 난관 절제술을 하기도 합니다. 난소 자체에 돌연변이가 생긴 경우라면 난관과 난소를 모두 절제합니다.


난소암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으로 병원을 찾나요? 

 난소암 환자가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병기가 3-4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습니다. 정상 난소의 크기는 약 2-3cm에 불과하지만, 복강 안은 태아가 들어설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운동장 같은 곳이어서 종양이 20cm까지 커져도 겉으로 그다지 티가 나질 않습니다. 종양이 커지면서 복부 불편감, 소화불량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것으로 난소암을 알아차리긴 어렵습니다. 소화기질환으로 가볍게 생각했다가 3-4기의 진행된 상태에서 암을 발견하는 환자들이 대다수입니다. 


3-4기로 진단된다면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을 텐데,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과 선별검사가 개발되면서 암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크게 감소했지만, 난소암은 예방 백신이나 효과가 입증된 선별검사 방법이 아직 없습니다. 선별검사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혈액검사에서 CA125라는 종양 관련 항원의 수치가 높으면 난소암의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종양이 어느정도 커진 뒤에는 골반 초음파검사에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선별검사를 받을 때 골반 초음파검사와 CA125 검사를 병행하면 난소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1년에 한번 꾸준히 검사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난소암은 어떻게 치료하나요? 병기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가요? 

 난소암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수술입니다.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만으로도 암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지만,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을 갖는 암세포들이 암을 재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완치 가능성을 높이고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수술이 꼭 필요합니다. 난소와 나팔관, 자궁을 비롯해 암이 퍼져 있는 부위를 최대한 제거 하는 종양감축술을 시행한 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보조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합니다. 여기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시도하기도 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방사선치료도 효과가 좋습니다. 만약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선행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해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시행합니다.


난소암의 항암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치료 패러다임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4기 환자 대부분이 사망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효과는 좋으면서 부작용은 적은 ‘파클리탁셀’과 ‘카보플라틴’이라는 항암제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구토 작용이 없고 외래에서 3시간 정도 주사치료로 진행되므로, 이전에 비해 확실히 치료가 편해졌습니다. 그렇지만 항암제이기 때문에 심한 빈혈, 백혈구나 혈소판 수치 감소, 간수치 증가, 탈모 등의 부작용이 존재하며, 항암치료를 마치면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 난소암에서는 PARP 억제제가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난소암은 재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느 암이든 병기가 진행될수록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안타깝게도 난소암은 3-4기에 진단받는 환자들이 많다 보니 다른 암에 비해 재발비율이 높습니다. 난소암 전체 환자의 약 50%에서 재발 가능성이 있고, 재발한 환자 가운데 90%는 대부분 2년 내에 암이 재발합니다. 나머지 9%는 5년 내에 재발하고요. 뒤집어 말하면 암 치료 후 5년 동안 재발이 없다면 99% 완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 후 2년 동안은 적극적으로 추적 관찰하면서 재발 여부를 살피고, 2년이 넘어가면 환자분에게 이제 많이 치료되었으니 힘내시라고 응원해드립니다.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는 어떤 점에서 난소암 치료에 특화되어 있나요?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는 아시아권 최초로 자궁암 로봇수술을 시행해 1,000례 이상의 수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난소암은 주변 조직으로 암을 퍼뜨릴 위험성이 높아 과거에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 바로 개복수술을 진행했으나, 암세포를 퍼뜨리지 않고도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진단적 복강경수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암센터들에서도 진행되는 치료이므로 환자분들에게 저희 센터를 믿고 맡기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특히 치료가 어렵고 까다로운 난소암에서도 높은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김영태 교수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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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자궁경부암 로봇수술을 시행했으며 지금까지 1,500건 이상의 수술을 집도한 부인암 수술의 최고 권위자.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환자가 좌절하지 않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마음을 격려하는 데도 정성을 쏟는다.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면 예후가 나빠진다는 것을 오랫동안 임상현장을 지키며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환자가 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초의 기독교 선교사가 세운 세브란스에서 근무하는 자신의 본분이라고 여긴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10월호 

에디터 안은지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