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희귀하지만 치명적인 외이도암, 

조기 발견이 생명 구하는 열쇠   

외이도암 치료의 최고 권위자 문인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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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이도라면 귓속 아닌가요? 여기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나요? 

외이도는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길로, 이관에 생기는 질환은 대부분 단순 염증입니다. 귀지를 파다가, 혹은 귀에 들어간 물을 닦아내다 피부에 상처가 나서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요. 그런데 암은 인체 어디서나 생길 수 있으니까, 외이도에도 암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경부에 발생하는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외이도암은 대부분이 피부의 각질세포에서 유래하는 편평세포암종이거나, 땀샘 또는 기름샘을 기원으로 하는 샘낭암종에 해당합니다.


특별히 외이도암에 잘 걸리는 고위험군이 있나요? 

외이도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이 매우 낮은 희소 암으로, 1년간 국내에서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50명 남짓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구 100만 명당 1~2명꼴이지요. 환자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의사들에게조차 생소해서, 과거에는 발견이나 진단이 늦어졌던 경우가 많습니다. 또 원인이나 위험 인자에 대한 정보도 잘 알려지지 않아 미리 조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만 귀 염증으로 이비인후과를 다니다가 암을 발견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염증이 암으로 진행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이도암이 염증과 잘 구별되지 않아 염증으로 오인하고 수차례 치료받다가 암을 발견하는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귀의 통증, 진물, 고름 등의 증상으로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아도 호전이 없다면 단순 염증이 아닐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암이 안면신경까지 번지면서 안면 마비가 나타나 암을 발견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귓속에 생기는 암이라서, 병이 진행될수록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외이도암은 귓속의 피부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의 일종인데, 문제는 외이도의 피부가 2-3mm로 매우 얇다는 것입니다. 팔다리나 복부는 피부밑에 지방과 근육이 두껍게 있고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중요 장기가 존재하는 반면, 외이도는 얇은 피부조직과 얇은 뼈가 붙어 있고, 그 뼈가 중요 장기들과 바로 접해 있습니다. 위쪽으로는 뇌, 아래쪽으 로는 여러 신경, 경동맥 등과 연결됩니다. 이러한 해부학적 특성으로 인해 외이도암은 조금만 커져도 삶의 질이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1-2기는 완치율이 80-90%에 달하지만, 암이 뼈를 지나 뇌, 혈관, 신경, 귓바퀴 등을 침범한 3기 이후는 50% 미만으로 크게 낮아집니다. 그래서 외이 도암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염증이 있을 때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와 치료를 잘 받으면 진단은 어렵지 않은가요?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외이도암은 발병률이 워낙 낮아서, 이비인후과 의사들 상당수가 이 암을 경험한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50% 이상의 환자들이 3-4기로 진단받았습니다. 단순 염증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암으로 귓바퀴까지 망가지고 나서야 병원에 오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은 물론,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학회 발표, 강의 등 홍보를 열심히 했습니다. 꾸준한 홍보활동으로 많은 의사들이 이 질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펴보게 되었고, 귀내시경 같은 검사 기기가 발전하면서 조기 진단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4명 중 3명 이 1-2기에 암을 발견하는 추세입니다.


귓속은 좁은 공간에 고막, 청신경, 혈관 같은 중요한 구조물이 많으니까 암 수술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수술만으로 모든 치료를 하려다 보면 3, 4기에서는 뇌의 일부와 경동맥을 비롯한 주요 혈관을 같이 제거해야 하므로 암이 치료된다 해도 큰 장애가 남게 됩니다. 그래서 수술을 중심으로 하되, 병기에 따라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술은 귀 뒤쪽을 절개해 뼈를 열고 암이 침범한 부위와 그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외이도 절제술을 시행합니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도 암세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이도를 제거하면 그 빈공간을 통해 외부 물질이 주요 신경이나 혈관, 뇌로 바로 침범할 수 있어서 수술 후 귓구멍을 폐쇄합니다. 만약 암이 귓구멍 입구나 귓바퀴까지 침범한 경우에는 귓바퀴까지 모두 제거한 후 허벅지 등 다른 부위의 조직을 떼어다 결손 부위를 메웁니다. 어쩔 수 없이 수술받은 쪽의 청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암 치료를 위해 청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니, 안타깝습니다.

암이 없는 반대쪽 청력마저 나쁜 경우라면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런 분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에서는 2022년 내시경을 활용한 외이도암 절제술을 개발해 조기 진단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내시경 외이도암 제거술은 외부 절개가 없으니까 흉터가 남지 않고 회복이 빠르며, 고막과 귓구멍을 살릴 수 있으므로 청력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암 완치는 물론 환자의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치료이지요. 외이도암 환자 수가 워낙 적은 데다 1기에서만 내시경 수술이 가능하므로 시행 건수는 많지 않지만,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수술 대신 방사선치료만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What is 외이도암

-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의 피부에서 발생하는 암 

-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만 명당 1-2명 발생하는 극히 드문 암종 

- 우리나라에서 1년간 새롭게 진단받는 환자가 50-100명 사이로 추정 

- 1기는 수술 단독 치료, 2기는 수술과 방사선치료, 3-4기는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모두 시행 

- 전통적인 수술법은 외이도 절제술로, 암의 침범 정도에 따라 수술 범위가 달라진다. 1기의 경우, 최근 도입된 내시경수술을 통해 청력을 보존하고 상처 최소화 

- 최근 암 수술로 인한 청력 소실도 청각임플란트를 이용해 회복 가능


외이도암 수술로 청력을 잃은 경우에도 보청기가 효과 있나요? 

보청기는 약해진 청력을 보강해주는 기기이므로,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아주진 못합니다. 실명된 후에는 안경을 써도 효과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지요. 그러니까 외이도 절제술을 받은 귀는 인공와우수술을 해야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만약 외이도암 발병 전에 암 반대쪽의 청력을 이미 상실한 경우라면 대개 암이 없는 쪽 귀에 인공와우수술을 받습니다. 그러나 암이 없는 쪽의 청력이 30-50% 정도 남아 있다면, 일반적으로 암이 없는 쪽엔 보청기를 사용하고, 암을 제거한 귀에 인공와우를 삽입합니다. 그러면 양쪽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환자 만족도가 더 높아지거든요. 다만 인공와우수술을 하면 머리 안쪽에 자성을 띠는 기기를 삽입하므로 MRI 촬영시 특정 부위가 보이지 않는 한계가 있는데, 최근에는 외이도 부위를 볼 수 있도록 기기 삽입 위치를 조정할 수 있어서 암 추적 관찰도 문제가 없습니다.


외이도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교수님은 어떤 조언을 하시나요? 

외이도암은 환자도, 치료하는 의사도 외롭게 만드는 병입니다. 해부학적 구조상 암이 주변 구조물을 침범하면 예후가 크게 나빠지는 데다가, 수술 난도가 높고 합병증의 위험은 매우 크지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대개 “뭐? 그런 암도 있었어?”라는 반응을 가장 먼저 보입니다. 위로나 격려보다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신기하다는 반응부터 보이니, 환자는 외롭고 서글퍼집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이런 힘든 질환을 치료해도 동료 의료진으로부터 “엥? 귀에도 암이 생겨? 처음 알았네” 같은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저 놀라는 반응일 뿐인데, 처음에는 나의 노력이 폄하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지요. 외로운 병이니까, 오히려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의지하고 함께 병을 이겨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생소하다 보니 이곳저곳 치료법을 알아보러 다니다 오히려 병이 깊어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거듭 강조하지만, 암은 병기에 따라 완치 확률은 물론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험 있는 전문가를 신뢰하고 그 치료 방침에 따라 신속하게 치료받는 것이 가장 안전한 외이도암 치료입니다. 




문인석 교수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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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이도암, 청신경종양 등 귓속 희소종양을 전문으로 다룬다. 

수술 난도가 높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꺼리는 분야지만, 

희소질환이라 치료할 의사가 드문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겠다는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수술 술기를 갈고 닦는다. 

2015년 국내 최초 청성뇌간이식술, 2016년 아시아 최초 청신경종양 내시경수술,

 2021년 세계 최초 내시경을 이용한 청신경종양 제거 및 인공와우 이식 동시 수술, 

2022년 세계 최초 외이도암 내시경수술, 청신경종양 환자의 수술 후 청력 보존 여부 예측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등 

수많은 최초의 성과들을 기록하며 귓속 종양 치료를 이끌고 있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9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