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 Light


디지털 미디어 시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


소아정신과 이정한 교수





최근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아이들의 뇌 발달과 정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한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현장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며, 디지털 미디어 사용의 위험성과 원인,

그리고 예방·관리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과 경고, 그리고 보호자들이 꼭 알아야 할 점들을 들어보았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는 미취학 아동부터 청소년이 끝날 때까지의 연령대, 즉 성장기 아이들의 정신 건강 전반을 다루는 진료과입니다. 발달 장애, 정서 장애,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을 폭넓게 진료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발달 시기와 특성에 맞춘 전문적 치료를 제공합니다.



최근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현재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디지털 미디어에는 유튜브, SNS뿐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 기반 콘텐츠가 포함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용 시간이 급격히 늘었고,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과도한 사용은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와 보고가 매우 많습니다.

저희 진료실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원인이거나, 또는 다른 문제와 얽혀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례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덜 쓰자’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을 줄이고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미 과사용 상태에 이른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이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다양한 발달 과제를 성취합니다. 예를 들어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하는 힘 등은 실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그러나 디지털 미디어 사용 과정에서는 이런 능력을 충분히 배울 기회가 줄어듭니다.

게다가 최근 디지털 콘텐츠는 대부분 즉각적인 시각·청각 자극과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흥미 위주의 영상, 자극적인 이미지와 소리 등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만족감을 주지만, 오랜 시간 노력해 성취를 이루고 보상을 얻는 ‘지연 보상’ 능력은 약화시킵니다. 이로 인해 인내심이 떨어지고,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아직 장기적으로 뇌 구조 변화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지만, 발달 중인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여러 연구와 임상 경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청소년이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청소년기는 뇌가 여전히 발달 중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경험과 환경이 뇌 발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성인은 뇌 발달이 완료되어 판단력과 자기 조절 능력이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청소년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되면, 판단과 조절 능력이 성숙하기 전에 즉각적인 보상과 자극에 길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 통제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거나, 집중력과 계획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 장애가 있는 경우, 더 취약한가요?


그렇습니다. ADHD 아동은 호기심이 많고 자극적인 영상이나 콘텐츠에 쉽게 끌립니다. 한 번 흥미를 느끼면 사용을 멈추는 것이 어려워, 짧게 하려던 사용이 장시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과사용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우울증 아동은 현실에서의 대인관계나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손쉬운 대안이 되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사용 시간이 늘어납니다. 이처럼 기존의 정신 건강 문제가 미디어 과사용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환경이나 양육 방식도 영향을 주나요?


네, 불우한 가정환경이나 갈등이 잦은 가족 관계는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의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미디어 과사용은 종종 처음부터 원인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가족 관계 문제나 또래 관계 문제 이후에 나타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가족 간의 단절이나 또래로부터의 소외가 있을 때, 아이들은 디지털 미디어에서 위안과 대체 만족을 찾게 되며, 이것이 장기적인 과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사용을 의심할 수 있는 주요 징후와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시점은 언제인가요?


판단 기준은 명확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미디어 사용으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지각이 잦아지고, 기존에 유지하던 친구 관계가 악화되거나 가족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입니다. 학업 성적이 급격히 하락하거나, 집안에서의 대화와 교류가 줄어드는 것도 신호입니다.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면, 미루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에 개입할수록 회복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과 비약물적 치료, 약물적 치료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저희는 진료실에서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이나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문제를, 약물이나 비약물 치료로 곧바로 다루는 것을 우선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생각하는 것은 ‘왜 이런 과사용이 생겼는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ADHD, 소아 우울, 가족 관계 문제, 또래 관계 문제 등과 같이, 과사용을 일으킨 1차적인 원인을 찾는 과정이 치료의 출발점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이나 게임 중독이라는 현상은 그냥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미디어를 과도하게 쓰게 된 이유에 개인적인 요인, 가족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중 어떤 것이 있는지를 먼저 평가합니다.

그렇게 원인을 찾아 개입하다 보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이나 디지털 미디어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많이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원인적인 요소를 해결해 나가더라도 과사용이 계속된다면, 그때는 환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시행합니다. 또, 최근에는 지역사회에서도 디지털 미디어 과사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필요 시 이러한 프로그램에 의뢰하여 도움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보호자나 주변인이 해당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할 때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이 문제로 고민하는 보호자나 주변인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방금 치료 과정에서 말씀드린 내용과 같습니다. 아이들이 괜히 디지털 미디어에 빠지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따라서 가족 모두가 함께 그 원인을 찾고,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디지털 미디어 사용 자체만 문제로 삼아 섣불리 제재한다면, 오히려 아이와 갈등이 커지고 문제 해결과는 멀어질 수 있습니다.

즉, 눈앞에 보이는 ‘미디어 과사용’이라는 현상에만 몰두해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왜 우리 아이가 디지털 미디어를 많이 쓰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이 부분을 예방하고 관리하려면 가정이나 개인이 어떤 준비를 하거나 생각을 가져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사용 교육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너무 어린 시기부터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조절 능력이 함께 발달하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미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용량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시기까지는 아이가 어떤 콘텐츠를 즐기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런 콘텐츠를 보는지 부모가 직접 파악하고, 옆에서 사용 지도를 명확히 해 주는 것이 예방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예 디지털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부모가 보여주지 않더라도, 학교나 또래를 통해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 차단보다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목적이 있어 사용을 시작했더라도 시간을 길게 쓰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보호자가 옆에서 함께 시간을 정하고 지켜보는 것이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병원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떤 경로를 이용하면 좋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까운 소아정신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입니다. 소아정신과는 아이의 정신 건강에 대해 가장 전문적인 의견을 제공할 수 있는 곳입니다.

만약 바로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경우라면, 요즘 학교마다 운영되는 ‘위(Wee)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센터에서는 학생의 심리 지원과 상담을 도와줄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병원이나 다른 전문기관으로 연계해 줍니다. 또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센터들도 있어, 이런 기관을 방문해 초기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미디어의 현명한 사용을 위해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은 이제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러한 사용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그동안은 그 영향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도록 허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어른들이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안전한 콘텐츠를, 적당한 시간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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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 교수 소아정신과

진료 분야 : ADHD, 소아청소년 기분장애, 식이장애, 투렛장애(틱), 행동장애, 강박관련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게임중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