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적정 수준의 안압 유지,  

녹내장 치료의 핵심입니다

녹내장 치료와 연구로 환자에게 보이는 세상 지켜주는, 김찬윤 교수

녹내장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망가진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해 실명으로 이어진다는 무시무시한 설명만 기억하는 것은 위험하다. 환자가 기억해야 할 말은 따로 있다. 김찬윤 교수(안과)는 가장 중요한 희망의 불씨를 내놓는다. “녹내장이 실명의 원인인 것은 맞지만, 녹내장 환자가 모두 실명에 이르는 건 아닙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경우, 살아 있는 동안 실명하는 건 7% 정도입니다.” 바꿔 말하면 폭넓게 잡아 90%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때 생전에 시력을 가지고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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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를 잘 받는다면 ‘녹내장 = 실명’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까요?  

 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1위는 백내장입니다. 하지만 백내장은 수술을 통해 발병 이전으로 시력을 회복해 실명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내장과 달리, 실명 원인 2위인 녹내장은 치료로 시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현재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춰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입니다. 녹내장은 시야검사 등 눈의 전체적인 기능 평가를 거쳐 초기, 중기, 말기 3단계로 나누는데, 초기나 중기에 발견해서 안압이 조절되면 실명까지 갈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하지만 말기에 발견하거나, 안압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실명에 이를 확률이 증가합니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하게 치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적절한 치료로 보입니다. ‘치료만 잘 받으면’에 해법이 있는 거겠죠?

 망가진 시신경을 회복시킬 방법은 현재 없습니다. 다만 안압을 낮추면 녹내장이 악화되는 속도와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즉 위험성을 줄여 녹내장으로 인해 시신경이 망가지는 속도를 늦추는 겁니다. 나빠지는 것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안압을 낮추는 약물치료를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1990년대 후반에 획기적인 녹내장 약제가 나온 이후로 속속 더 좋은 약물들이 나오면서 실명에 이르는 환자 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녹내장 환자의 25%가 실명으로 이어졌는데, 요즘은 7% 미만으로 크게 낮아진 것이죠. 초기나 중기의 녹내장을 발견했다면 별 증상이 없더라도 성실하게 의사의 지시대로 안약을 잘 넣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어서 환자들이 안 약 넣는 일을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치료는 사실 불편한 부분이 좀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대부분이 녹내장으로 인해 당장 불편한 것도 잘 모르겠고, 약을 써도 좋아지는 것도 아닌 데다가 건조증 같은 게 생겨 더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녹내장은 약물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안약을 제대로 안 넣는다는 거죠. 실제로 환자의 절반 정도는 안약 사용을 지시대로 하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니까요. 평생 시간에 맞춰 안약을 넣어야 하는 환자의 불편감을 덜기 위해 요즘은 여러 종류의 약물들을 하나로 합친 복합 녹내장 약제들을 쓰고 있습니다. 녹내장 진행을 의미 있게 늦추기 위해서는 통상 2개 이상의 안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내장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는 시야가 좁 아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환자 자신이 그걸 모를 수가 있나요? 

 사실 환자는 시야가 좁아지는 걸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말기가 되면 알 수 있지만, 중기나 말기의 경계 선까지도 증상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 나온 녹내장 환자들의 시야 변화에 대한 보고들을 보면 예전에는 시야가 좁아지면서 어두워진다고 했지만, 어두워지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반대쪽 눈에 시야가 겹치기도 하고, 이미 경험적으로 저기에 무엇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선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실 본다는 것은 단순히 눈으로 본 상을 머리에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뇌의 상호작용에 의해 우리가 인지하는 것입니다. 안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그 상을 대뇌가 합성해서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죠. 제일 문제가 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깥쪽에 시야 결손이 있는데도 환자는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환자 자신이 매우 위 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녹내장 환자는 야간 운전이나 복잡한 시내 운전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은 시야가 확보되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사람이 숨어 있어서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야간 운전은 굉장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국내 운전면허에서 시야 결손에 대한 검사가 있긴 하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아예 녹내장 환자에 대한 운전 제한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녹내장 환자가 운전하는 경우 교통사고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약물치료에서 새로운 약제들이 많이 나와서 좋 아졌다면, 수술치료에도 의미 있는 발전이 있나요? 

 안압을 떨어뜨리는 새로운 좋은 약제들이 많이 나온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으로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는 안압을 조절 하기 위해 결국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은 여전히 섬유 주절제술이나 방수 유출장치 삽입으로 안압을 낮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인정받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약물치료로 충분하지 않지만 수술치료까진 부담스러운 환자들을 위해 최소 침습 녹내장 수술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고식적인 수술치료 중간쯤의 환자가 주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안압을 조절할 수 있는 방수 유출 튜브를 개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인데, 이는 안압을 유지하는 방수가 충분히 배출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주요 수술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수술로 방수를 유출하는 튜브를 눈에 삽입하는 것인데, 환자의 안압 변화에 따른 방수량 조절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성학준 교수(의학공학교실) 연구팀과 함께 안압 조절이 가능하도록 튜브 직경이 조절되는 특수한 튜브 플러그를 개발했습니다. 동물 실험까지는 완료했고, 여건이 되어 향후 사람에게도 적용한다면 녹내장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명의의 특강

녹내장

조용히 다가오는 실명 위험, 

정기검진으로 막는다

녹내장은 말기에 도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지만, 그때까지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질환의 발생이나 진행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평소 눈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정기검진을 받아 조기에 진단해야 녹내장에 의한 실명을 예방할 수 있다.

 김찬윤 교수(안과)


“녹내장으로 인해 나빠진 시력과 좁아진 시야는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안압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함으로써 시신경의 손상을 막고 최대한 시력과 시야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 목표입니다.”


40세부터 고령일수록 발병률 증가 

 녹내장은 높은 안압과 시신경 혈류 저하 등에 의해 시신경이 점차 손상되면서 시야가 망가지는 병으로, 나중에는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실명 원인 2위 혹은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며, 나이가 증가할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주요 안과 질환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은 녹내장 환자가 실명에 이르는 경우는 7-10% 정도로 추정됩니다. 치료에도 불구하고 실명까지 발생하는 환자는 대부분 너무 진행된 상태에서 병을 발견했거나 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40세 이후부터 나이가 많아질수록 발생률이 점차 높아집니다. 또 고도 근시가 있거나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 과거 눈 외상을 경험했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투여한 경우, 당뇨병이나 고혈압, 갑상선 질환, 동맥경화증 같은 전신성 질환 또는 심한 출혈 등이 있던 사람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높은 안압, 시신경 부위의 혈류 저하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분류되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개방각 녹내장에 해당됩니다. 개방각 녹내장에서 안압이 높아지는 이유는 눈속에서 영양 공급과 노폐물 운반을 담당하는 액체인 방수가 정상적으로 눈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안압이 높아지면 안구가 바람을 많이 넣은 축구공처럼 딱딱 해지고, 안구내 모든 구조물에 압력이 전달됩니다. 이때 다른 부위는 비교적 단단하지만 유독 시신경 부위는 연약하기 때문에 증가한 압력이 시신경을 눌러 손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압력에 의해 시신경 부위의 혈류가 저하되면 시신경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하지만, 안타깝게도 환자 대부분 이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후에야 증상을 인지합니다. 일본과 한국 등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주(6-21mmHg)임에도 불구하고 시신경 손상이 일어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 다수 발생하며, 시신경 부위의 혈류 저하와 연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안압을 20% 이상 감소시키면 녹내장의 진행 속도가 느려집니다.


개방각 녹내장, 말기 전까지 증상 없음 

 개방각 녹내장은 말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시야가 점점 손상되어 좁아지고 말기에 접어들어 실명에 이를 즈음에야 비로소 증상을 인지하게 됩니다. 한번 손상된 시신 경은 회복되지 않으므로 조기에 진단해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 배출이 완전히 차단된 경우로, 급성 발작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쪽 눈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하고, 충혈과 함께 심한 두통과 구토가 일어나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선천성 녹내장은 생후 3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아기가 빛을 보면 눈이 부셔서 눈을 잘 뜨지 못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고, 눈꺼풀에 경련이 발생합니다. 안구가 커지기도 하는데, 녹내장이 한쪽 눈에 생긴 경우에는 이로 인해 짝눈이 되기도 합니다.


시력과 시야 유지가 최선 

 녹내장은 안약, 약물 복용, 레이저수술과 함께 여러 수술적 방법을 단독 또는 병용해 치료합니다. 녹내장으로 인해 나빠진 시력과 손상된 시야는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녹내장의 치료 목적은 안압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시신경 손상을 늦추고 살아생전 시야 소실을 막는 것 입니다. 치료를 통해 시력과 시야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목표이며, 대부분 녹내장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치료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안약을 점안하면 처음에는 작열감, 충혈, 일시적으로 뿌옇게 보이는 증상 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안약이 눈에는 불편함을 주지만 시신경을 보호하므로 환자들은 안약 사용 이유를 바르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안약의 일부는 코눈물관을 통해 전신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담당 의사에게 현재 앓고 있는 전신 질환을 미리 이야기해 안약이 본인에게 안전한지 확인 후 사용해야 합니다. 안약의 전신 흡수를 최소화하면서 눈 안으로 흡수되는 것을 최대화하기 위해, 안약 점안 후 1-2분 동안 눈을 감고 눈꺼풀의 코 쪽 방향을 지그시 눌러 코로 통하는 길을 막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안약으로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때는 약물을 복용합니다. 내복약은 안약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으므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손발 저림이며, 그 외에 설사나 우울증, 드물게 스티븐존슨증후군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부작용으로 신장 이상이 있는 환자에서 대사성 산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내복약으로 조절되는 수준의 녹내장은 수술이 필요합니다.


약물치료 효과 없으면 수술 

 약제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부작용이 심할 때, 안약과 내복약으로도 안압이 적정 수준으로 조절되지 않을 때는 수술을 권합니다. 레이저수술은 10-20분 정도 소요되며, 통증이 없고 외래에서 시술이 가능합니다. 레이저의 열로 조직을 수축시키면 주변 조직이 당겨지면서 방수가 좀 더 쉽게 배출되는 원리입니다.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아시아인에서는 효과가 떨어지고 지속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통적인 수술 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섬유주절제술입니다. 눈 안의 방수가 나갈 수 있는 길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안압이 낮아집니다. 국소마취 후 수술을 진행하며, 통원치료 또는 짧은 입원치료로 충분합니다. 수술 후 몇 주 동안은 만들어진 길로 방수가 적절히 소통되도록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주 내원해야 하고, 외래에서 간단한 시술이 시행될 수 있습니다. 섬유주절제술 후에는 대부분 약제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종 수술 후에도 추가적인 안압 하강을 위해 안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약 10-15%의 환자에서는 부수 적인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다른 안과수술을 받아 섬유주절제술로 안압을 하강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는 방수 유출장치를 삽입해 안압을 조절합니다. 

최근에는 약물이나 레이저수술로는 안압을 낮추기 어렵지만 전통적인 수술까진 필요 없는 경우, 초기 혹은 중기 녹내장의 경우에는 눈 조직을 최대한 덜 손상시키는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젠 삽입술과 아이스텐트 삽입술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실명 예방법은 정기검진 

 실명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녹내장은 병의 발견과 치료 시작 시기에 따라 예후가 달라집니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증상이 없으므로 40세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1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는 것이 녹내장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40세 이전이라도 가족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과거 눈의 외상, 근시, 당뇨병 등이 있었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눈 검사는 통증 없이 편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안압검사, 시야 검사, 안저검사, 시신경검사, 우각경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평생 동안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매번 모든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고, 안과 의사가 수시로 필요한 검사를 선택해 실시합니다. 고안압증처럼 안압은 높지만 다른 검 사는 정상일 수 있고, 정상 안압 녹내장처럼 안압은 정상이나 시야에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질환의 진단과 치료 기준은 한 가지 검사 결과만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김찬윤 교수

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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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