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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골든타임, 24시간 핫라인 시스템으로 잡는다

신속 정확한 수술치료로 환자 생명 구하는 주현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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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요? 대동맥질환에는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대동맥은 우리 몸의 제일 중요한 혈관이자 중추적인 기능을 하는 기관입니다. 심장이 펌프 기능을 통해 온몸의 장기로 혈액을 보내는 통로 중 가장 큽니다. 쉽게 말하면 혈액이 흐르는 고속도로 같은 곳이죠. 고속도로인 대동맥이 망가지면 대량 출혈로 쇼크가 발생한다든지 장기로 가는작은 혈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 대동맥이 심장과 여러 장기에 연결되어 있는 만큼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대동맥질환은 크게 대동맥박리대동맥류(확장증)로 나눕니다. 대동맥박리는 대동맥의 벽이 2개의 층으로 나뉘면서 갈라지는 질환이고, 대동맥류는 혈관벽이 늘어나는 질환입니다.


대동맥박리는 왜 발생하는 건가요?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려면 튼튼해야 하니까 대동맥은 3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깥층은 두께는 얇지만 가장 튼튼하고, 안쪽으로 갈수록 약합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혈관의 가장 안쪽 층에 균열이 생겨 구멍이 나거나 찢어지면 바깥층만 남은 상태에서 중간층과 바깥층이 갈라지는데, 이때 생긴 틈으로 혈액이 흐르는 것이 대동맥박리입니다. 나뉜 두 층으로 강한 압력의 혈액이 흐르면서 혈관 파열, 장기로의 혈액 공급 장애 등 위험한 상황을 초래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혈관 노화에 의한 혈관 벽의 변화(동맥경화)이고, 마르팡증후군 같은 일부 유전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동맥경화는 나이 들면서 진행하는 병이기 때문에 대동맥질환은 주로 60대 이상의 환자가 많으나, 유전질환에 의한 대동맥박리는 젊은 층에서도 나타납니다.


대동맥박리를 특별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나요?

 대동맥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동맥경화로 인한 혈관 노화가 심한 경우, 고혈압을 오랫동안 방치한 경우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합니다. 그러나 고위험군이라 하더라도 대동맥이 정상 크기라면 갑자기 박리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문 편입니다. 가족력과 상관없이 혈관이 정상 크기보다 1.5-2배 정도 커져있는 대동맥확장증 환자에게 대동맥박리가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혈압이 높거나, 대동맥질환 가족력 또는 동맥경화, 대동맥확장증이 있는 경우에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대동맥질환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대동맥박리를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치료의 관건일 것 같습니다. 대동맥박리 환자들은 주로 어떤 증상을 보이나요?  

 대동맥질환은 혈관이 갑자기 찢어지거나 터지는 박리나 파열, 그리고 대동맥확장증 또는 대동맥류처럼 혈관이 서서히 조금씩 늘어나는 형태, 이렇게 2가지 양상으로 발생합니다. 대동맥박리나 파열은 수 시간 내에 급성으로 찾아오고, 발생 즉시 증상이 나타나서 몸의 모든 기관이 급격하게 타격을 받습니다. 환자들은 칼로 가슴을 베는 것처럼 심한 통증을 느끼는데,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통증이라고 말할 만큼 그 강도가 심합니다. 상행 대동맥박리는 흉통, 하행 대동맥박리는 허리와 복부 통증이 주로 발생합니다. 또 대동맥박리로 혈류 공급 장애가 생기면 심정지, 심근경색, 의식 변화, 사지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질환 감별과 진단이 쉽지 않겠습니다.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대동맥박리 환자는 응급실 내원 시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어서 진단이 까다롭습니다. 의식 변화가 있을 때는 뇌경색이나 뇌졸중, 흉통은 협심증, 허리 통증은 허리디스크 질환과 다소 유사한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감별하느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동맥은 밖에서 만질 수도, 직접 볼 수도 없습니다. 흉부 대동맥은 갈비뼈 제일 안쪽에 깊숙이 들어가 있고, 복부 대동맥도 모든 장기의 제일 뒤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대동맥박리는 영상검사인 CT를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이때 추가로 심초음파검사를 시행해 심장 부위로 박리가 진행되었는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대동맥박리 치료 방법에는 수술만 있나요? 

 대동맥박리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뉩니다. A형 박리는 상행 대동맥을 포함하는 대동맥박리로, 대부분 상행 대동맥부터 대동맥궁, 하행 대동맥까지 대동맥 전체를 침범합니다. 그래서 상행 대동맥이 찢어지면 급사의 위험이 높아 반드시 48시간 안에 응급수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반면 상행 대동맥을 침범하지 않는 B형 박리의 경우, 약 70-80%는 수술하지 않아도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유지되므로 약물치료가 기본입니다.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도록 적정 혈압을 유지시켜 혈관의 부담을 덜어주는 약물을 사용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크기 변화가 심하거나 혈류장애가 동반되면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합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수술이 관건이겠습니다. 대동맥박리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동맥박리 수술은 위험 부담이 큰, 고난도의 수술입니다. 박리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해야 하니까 개흉해서 진행하고, 대동맥 교체를 위해서는 심장과 몸의 전체 혈액순환을 잠시 멈추는 ‘완전 순환 정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완전 순환 정지를 하려면 환자를 저체온 상태로 유지시켜야 합니다. 그 시간 안에 대동맥을 빠르게 교체하고, 꿰매는 것까지 마무리합니다. 과거에는 수술 기법이 발전하지 못해 체온을 지나치게 많이 낮추다 보니, 체온을 내리고 다시 올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최근에는 체온을 많이 내리지 않는 기법으로 발전하면서 수술 시간이 줄어들고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습니다. 환자의 상태와 조건을 고려해 스텐트 시술 또는 스텐트 시술과 수술을 혼용해 절개 범위를 줄인 하이브리드 수술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의 활약이 환자들에게 절실하겠습니다. 어떤 점에서 대동맥질환 치료에 특화되어 있나요?

 대동맥질환 치료에서 핵심 과제는 질환 발생 즉시 환자가 대동맥 전문 의료진에게 연결되어 제때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 즉 치료 골든타임 사수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응급실 과밀화가 심해서 환자가 응급실 도착 후 수술 가능한 대동맥질환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하기까지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다 보니 안타깝게도 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까지 도착하기 전에 사망에 이르거나, 지나치게 악화된 상태로 수술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는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심장혈관외과 대동맥 전문 교수가 전원 연락을 직접 받는 24시간 핫라인을 운영함으로써 환자를 응급실 경유 없이 즉시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 중환자실(HICU)과 수술실로 이송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보다 신속한 처치가 가능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합병증을 줄이는 데 큰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주현철 교수

심장혈관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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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대동맥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동맥질환 특성상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상황을 자주 마주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든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각오로 환자 치료에 적극 임하고 있다. 대동맥박리 수술이 변수와 위험성이 많은 만큼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 날카로움과 동시에, 힘들고 어려운 수술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의사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3년 11월호 

에디터 안은지 포토그래퍼 최재인